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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에 항암치료는 일종의 진화 스트레스"
암세포, 항암치료에 맞서 '오류 많은' DNA 복제 경로 가동
[기사입력 2020-06-05 17:44]

우리 몸의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약 30억 개로 추정되는 DNA 코드(A·T·G·C로 표현되는 염기)를 정확히 복제해야 한다.

세포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분열해야 하지만, DNA 복제가 정확하지 않으면 역시 살아남지 못한다.

암세포는 사정이 반대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다.

실제로 항암치료를 하면 암세포가 이에 적응하기 위해, '실수가 많은(error-prone)' DNA 복제 경로를 가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론 암세포가 의식적으로 이런 결정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고대 박테리아 등이 진화에 이용한 스트레스 적응 메커니즘이 암세포의 변이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가반 의학연구소 과학자들은 5일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이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토마스 교수는 "상당히 진행된 암 환자에게 암의 치료 저항은 분명히 심각한 문제"라면서 "암이 치료 저항을 강화하는 근본적 생존 전략을 밝혀냈다"라고 말했다.

사실 암세포가 항암치료를 피하기 위해 유전적 변이를 축적한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의 회피 기제와 치료 개선 표적을 함께 밝혀냈다.

연구팀은 암 환자의 생체 검사 샘플을 '표적 항암치료(targeted cancer therapies)' 전후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표적 항암치료는 암의 성장에 필요한 특정 신호 물질 등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다.

분석 결과 치료 후의 샘플에서 훨씬 더 높은 수위의 DNA 손상이 관찰됐다. 이런 차이는 치료제가 DNA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표적 치료에 노출된 암세포는 이른바 '스트레스 변이 생성(stress-induced mutagenesis)'이라는 과정을 겪었다.

이를 거치면서 표적 치료를 받지 않은 암세포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로 무작위적인 유전적 변이가 생겼다.

이런 프로세스는 고대부터 존재한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박테리아 같은 단세포 생물도 주위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일한 과정을 진화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연구팀은 암세포의 개별 유전자 발현을 하나하나 막으면서 치료 저항에 관여하는 경로를 탐색했다.

그렇게 찾아낸 게 스트레스 센서 단백질로 알려진 MTOR이다.

MTOR 생성 유전자를 침묵시키면 암세포가 성장을 멈췄다. 하지만 항암치료에 노출되면 암세포의 변이 생성이 더 빨라졌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아르카디 치포니 박사는 "환경 스트레스가 생기면 MTOR은 정상세포에 성장을 중단하라는 신호를 보낸다"라면서 "그런데 항암치료에 노출된 MTOR은, DNA 복구와 복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바꾸라고 암세포에 지시한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고성능(high-fidelity) DNA 복제 중합 효소에서, 오류를 쉽게 내는 중합 효소로 생성 표적을 전환하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암세포의 유전적 변이가 빠르게 늘어나 치료 저항을 부추기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 암세포가 치료 저항 능력을 획득하면 중합 효소 생성 경로는 다시 고성능으로 복원된다. 그것이 진화와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췌장암이 생긴 생쥐 모델에 암 치료제와 DNA 복구 약물을 병행 투여해, 만 30일이 지난 뒤 종양 성장이 60% 억제된 걸 확인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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